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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시인 도산, 좋은 인간 도산

매해 11월 9일은 ‘도산 안창호의 날’이다. 캘리포니아 주 의회가 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을 기리기 위해, 생일인 11월 9일을 가주 기념일로 선포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날을 무심하게 그냥 지나치곤 한다. 그런 날이 있는지도 모르는 이도 적지 않다.   민족 지도자, 독립운동가, 교육자 도산 선생은 우리 민족과 미주 한인 사회의 큰 정신적 스승이시다. 선생께서는 가주에서 민족 지도자로 활동하며, 대한인국민회 창립 등 한인 사회 기틀을 다지셨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 좋은 어른, 좋은 남편, 좋은 부모로서의 도산이 솔선수범 보여준 인간적 면모를 새롭게 인식하고 배우는 일이다. 방향을 잃고 허둥대는 오늘의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겨, 삶의 바른 길잡이로 삼아야 할 덕목이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도산은 좋은 시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도산이 지은 창가(唱歌) 작품은 거국가, 점진가, 흥사단 입단가, 격검가 등 25편이 전해지는데, 이 창가들은 선구적 면모를 갖추고 있어서, 우리 시문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문학사적 의미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학자들의 평가다.     문학평론가 이형권 교수는 시인 도산을 이렇게 평가한다. “도산의 창가는 그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고, 애국 계몽기 혹은 근대계몽기였던 당시의 시대적 흐름과도 밀접히 관련을 맺는다. 그의 창가 작품은 당대의 문단 상황에 견주어볼 때 상당한 수준을 확보한 것이었다. 그는 명민한 시적 감수성을 가지고 역사의식 혹은 시대 감각을 노래한 선구적 시인이었다.”   이처럼 도산은 구한말의 신지식인으로서의 지적인 능력과 시대 감각, 출중한 연설 능력에 더해 시인으로서의 창작 능력도 갖춘 인물이었다. 또한, ‘애국가’ 가사도 도산의 작품이라는 설이 아직도 유효하다. ‘애국가’의 원작자이든 아니든 도산은 ‘애국가’가 오늘날의 가사로 정착되는 데에는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도산은 창가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많은 작품을 창작했고, 독립협회와 신민회에서 활동하면서 애국계몽사상을 전파하는 매개로 창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창가가 지니는 강한 호소력과 동화력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노랫말도 뛰어나지만, 더 소중하고 깊게 살펴야 할 것은 인간 도산의 삶 밑바닥에 진하게 깔려있는 시정신이다. 그 시정신의 바탕은 사랑의 마음이다. 도산의 편지 몇 구절만 읽어보면 바로 실감할 수 있다. 부인과 아들, 딸에게 보낸 편지에는 절절한 사랑과 시심(詩心)이 가득하다. 그가 얼마나 정이 많고 자상한 사람인지 느껴져 옷깃을 여미게 된다.     눈물 나는 구절도 많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나라 위한 일을 하느라 가족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토로하는 구절, “식구들의 사진이라도 보내어 주시오”라는 부탁, “내년 봄이나 여름에는 집에 다니어 오려고 하는데 그때에 힘없는 남편이라고 괄시나 하지 마소서”라는 당부의 말, 맏아들에게는 아비보다 나은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고, 딸들에게는 화초에 물 잘 주라고 이르는 자상함 등등, 참으로 애틋한 시인의 마음이다.   도산 사상의 바탕은 사랑이다. 넓게 보면 도산의 치열한 독립운동의 바탕을 이루는 것도 겨레 사랑, 사람 사랑으로 뭉쳐진 시인의 마음일 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아내 혜련, (…) 사랑 이것이 인생의 밟아나갈 최고 진리입니다. 인생의 모든 행복은 인류 간의 화평에서 나오고 화평은 사랑에서 나는 때문입니다.” -도산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    (더 상세하게 알고 싶은 분은 문학평론가 이형권 교수(충남대)의 논문 ‘도산 안창호 창가의 문학사적 의미’를 참조하기 바란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도산 도산 안창호 교육자 도산 도산 사상

2024-11-07

도산 안창호 기념표지판 재단장 완료

LA다운타운 110번 프리웨이와 10번 프리웨이 인터체인지에 세워진 ‘도산 안창호 기념 표지판(Dosan Ahn Chang Ho Memorial Interchange)’이 재단장됐다.   23일 LA한인회관에서는 미겔 산티아고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54지구), 캘리포니아 교통국(Caltrans), 도산 안창호 기념사업회, LA 한인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도산 안창호 기념 표지판의 낙서를 제거하고, 지난 1년 동안 분실됐던 표지판 2개를 새롭게 설치했다고 밝혔다.   110번 프리웨이와 10번 프리웨이 동서남북 방면 도로변 도산 안창호 기념 표지판 총 4개가 모두 제자리를 잡게 됐다.   지난 2002년 8월, 가주 의회는 LA 도심을 가로지르는 110번 프리웨이와 10번 프리웨이를 도산 안창호 인터체인지로 명명하고 기념 표지판을 설치했다. 하지만 반달리즘과 교통사고 등으로 기념 표지판은 자주 훼손됐다.   LA한인회에 따르면 도산 안창호 기념 표지판 보수 및 재설치 작업은 한인사회, 산티아고 하원의원 사무실, 가주 교통국이 함께 진행했다.   산티아고 하원의원은 “한인사회에서 지역구 내 기념 표지판이 사라졌다는 연락을 줬다”면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면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정신, 활동, 우리에게 남긴 유산에 감명받았다. 우리 아이들이 도로를 지나다 ‘저 표지판은 뭔가요?’라고 물을 때 역사를 배우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주 교통국 유지보수 담당 해머 수이 국장은 “안창호 선생은 자유를 위해 싸운 분”이라며 “사람들이 기념 표지판을 보며 우리 영웅의 활동을 되새길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도산 안창호 기념사업회는 가주 정부의 노력에 고마움을 전했다.   데이비드 곽 회장은 “도산 안창호 선생과 이민 선조의 희생 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 리버사이드 도산 기념관 건립 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가주 교통국은 하이웨이와 프리웨이 표지판 훼손 목격 시 웹사이트(csr.dot.ca.gov) 민원 접수를 당부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기념표지판 안창호 도산안창호 기념사업회 도산 안창호 재단장 완료

2024-10-23

“도산 안창호 정신 배웠어요”

한인 등 남가주 청소년 100명 이상이 미술대회에 응모해 도산 안창호 선생의 정신과 업적을 기렸다.     미주도산안창호기념사업회(회장 곽도원)는 ‘제2회 도산 안창호 미술 공모전’ 시상식을 지난 9일 리버사이드 안창호 기념공원에서 열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공모전에는 지난 3개월 동안 남가주 50여개 학교 유치원~12학년 학생 약 100명이 응모했다. 학생들은 회화, 3D 아트, 조각, 사진, 디지털 드로잉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도산의 정신을 되새겼다.     주최 측은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예술가로 조선의 독립과 문화 발전을 위해 헌신한 분”이라며 “학생들은 미술 공모전을 통해 도산 안창호 선생의 독립운동, 예술, 교육에 대한 열정과 헌신 등을 다양한 시각으로 표현했다. 학생들이 우리의 유산과 뿌리를 배워 정체성을 함양하고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리버사이드에서 열린 시상식 겸 공모작 전시회에는 남가주 한인과 지역사회 주민이 참석했다.     이번 공모전은 ‘도산 안창호’를 주제로 진행했다. 주최 측은 초·중·고등부별로 1등 상장과 장학금 300달러, 2등 상장과 장학금 200달러, 3등 상장과 장학금 100달러를 수여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게시판 안창호 도산 안창호 미술 공모전 공모전 성황

2024-06-13

[사설] ‘도산 안창호 우체국’ 되찾아야 한다

‘도산 안창호 우체국’부활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LA한인타운 6가 길에 있던 ‘도산 안창호 우체국’이 건물 재개발로 인해 지난 2022년 문을 닫은 탓이다. 이후 우체국은 타운 내 시티센터로 이전했지만 이름은 다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연방법상 해당 건물이 없어지면 건물에 부여된 명칭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도산 안창호 우체국’은 한인 이민사에 큰 의미가 있다. 연방정부 건물에 한인 이름이 사용된 첫 사례다. 이는 한인 사회의 공헌을 연방정부로부터 인정 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2004년 명명안을 발의했던 다이앤 왓슨 전 연방하원의원도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기 위해서”라며 배경을 밝혔다. 한인 사회가 ‘도산 안창호 우체국’을 반드시 되찾아야 하는 이유다.     재명명안은 이미 지난해 1월 연방하원에 상정된 바 있다. 당시 한인 연방의원은 물론 민주,공화 양당 의원 다수가 발의자로 참여했다.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명명안은 이번 주 초 표결 예정이었으나 정족수 부족으로 내주 초로 연기된 상태다.      표결을 앞두고 온라인 서명 운동(https://forms.office.com/g/9tMbsgNw49)이 전개되고 있다. 한인타운이 지역구인 지미 고메즈 연방하원의원 사무실에서도 한인 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하고 있다. 많은 한인 단체들의 지지 표명이 통과에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명안은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 통과와 대통령 서명 과정까지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많은 한인 단체들의 지지 표명은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도산 안창호 우체국’은 한인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그 속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잘 가꾸고 보존했다 차세대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이 우리 의무다.사설 안창호 우체국 도산 안창호 이후 우체국 la한인타운 6

2024-01-31

도산 안창호 우체국 이름 되찾기 힘모은다

‘도산 안창호’ 우체국 이름을 다시 찾기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연방 하원에서 다음주 내로 LA한인타운 시티센터 내 연방 우체국(3500 W 6th Street, Suite 103)을 ‘도산 안창호 우체국’으로 명명하는 내용의 법안(H·R 599)이 표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한인 단체들도 잇따라 지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지미 고메즈 연방 하원의원(가주 34지구·민주) 사무실은 30일 한인 단체들에 법안 지지를 요청하는 온라인 서명 양식(https://forms.office.com/g/9tMbsgNw49)을 발송하고 도움을 호소했다.   연방의회에 따르면 지난 29일 도산 안창호 우체국 명명과 관련한 개정 법안 표결 여부와 관련, 논의를 거쳤다. 이날 논의에서 표결 자체는 정족수 부족으로 일단 연기됐다.   지미 고메즈 의원 사무실의 에스더 김 보좌관은 “내주 정도에 법안에 대한 표결 절차가 다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이 바로 한인 단체들의 지지 서명을 의회에 전달할 기회”라고 전했다.   이에 한인 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법안 통과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LA한인회 제프 이 사무국장은 “지지 서명 양식을 전국 한인회에 모두 전달했다”며 “현재 30개 이상의 한인 단체가 서명을 했으며 한인 사회의 뜻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단체도 힘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발의된 이 법안은 초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민주당의 고메즈 의원을 포함, 미셸 박 스틸(공화), 영 김(공화), 케이티 포터(민주), 주디 추(민주) 등 34명의 연방하원의원이 공동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표결 절차를 밟게 된다면 이 법안은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끝은 아니다. 하원을 통과하게 된다면 법안은 상원으로 송부된다. 이후 상원 표결 절차를 다시 한번 거쳐야 한다. 양원을 통과하면 대통령 서명 절차도 남겨두고 있다.   대한인국민회는 지난 2022년 5월, LA한인타운 6가에 있던 도산 안창호 우체국이 재개발 계획에 따라 철거되면서 당시 건물에 붙어있던 현판을 보존하고 있다.   대한인국민회의 클라라 원 이사장은 “당시 6가에 있던 도산 안창호 우체국은 연방정부 소유 건물에 한국인 이름을 딴 첫 사례였고 도산 선생은 우리 역사에도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며 “재명명을 위해 이번 법안이 상정된 만큼 한인 단체들도 법제화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지지 의사를 표명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역사 속으로 사라진 6가의 도산 안창호 우체국의 원래 명칭은 ‘샌포드 우체국’이었다. 당시 다이앤 왓슨 연방하원의원이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기념하기 위해 우체국 명명 법안을 발의하면서 결국 지난 2004년 6월부터 샌포드 우체국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안창호 우체국 도산 안창호 우체국 재명명연방하원 우체국 이름

2024-01-30

[김형석의 100년 산책] 도산이 건네는 새해 덕담 “죽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

나이 때문일까. 해가 바뀔 때마다 “어떤 덕담(德談)이라도”라는 부탁을 받는다. 선배 함석헌 선생은 “욕을 해도 깨닫지 못하면서 무슨 덕담이 필요해”라고 꾸짖기도 했다. 주로 정치인에게 던지는 충언이었다. 나 같은 사람은 나이만 들었지 그렇게 말할 자격도 없다. 그래도 “덕담이니까”라면 거절하기 힘들다.   그래서 새해를 맞을 때마다 들려오는 “송구영신(送舊迎新) 마음을 함께하자”는 뜻을 전한다. 옛것을 뒤로하고 새로움을 맞아들이자는 교훈이다. 덕담이지만 따져보면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누리지 못하면 희망과 행복은 불가능하다’는 경고이다. 지금 우리에게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이고, 또 무엇을 찾아야 하는가.   미국에 나란히 놓인 도산·간디 동상   여론조사기관에서 전화가 오는 때가 있다. “연세가 어떻게 되는가?”를 묻는다. 103세라고 대답할 수밖에. 그러면 바로 끊어버린다. 만일 여론조사에서 우리가 버려야 할 것과 택해야 할 ‘제1호’가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거짓과 진실’이라고 대답하겠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어려서 인도의 간디에게서 ‘정직’을 배웠고, 철들면서 도산 안창호에게서 거짓을 버려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간디와 도산의 애국심에서 우러나오는 호소였다. 미국 LA 부근 리버사이드시(市)에 가면 시청공원 한가운데 도산의 동상이 있고 그 뒤에 간디의 동상이 있다. 미국 백인사회에 왜 한국과 인도사람의 동상이었을까. 두 지도자는 평생을 ‘진실이 남고 거짓은 사라진다’는 진리를 믿고 살았다.   긴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나는 정직과 진실이 우리 국민의 최대 과제라고 믿는다. 해방을 맞고 2년 동안 공산 치하 북한에 머물면서 가장 심각했던 사회퇴락은 진실과 정직의 실종이었다. 진실은 버림받았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정의까지 소멸하는 것을 보았다. 다음 차례인 자유와 인간애까지 사라지게 되면 그 국가와 사회는 희망은 물론 생명력까지 상실하게 된다.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그랬고, 스탈린의 공산정권에서 물려받은 것이 바로 그 역사적 유훈이었다.   최근 우리 사회 상황도 비슷해지고 있다. 거짓과 불신에서 오는 국민 분열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죽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는 도산의 탄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심지어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을 진실로 위장한다. 지도자 중에서도 허위와 거짓을 진실로 조작하는 일을 삼가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더 심각해졌다.   그 주동자들은 정권을 목적 삼는 정치인들이다. 지금도 그렇다. MBC의 ‘광우병 파동’으로 끝나지 않았다.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 등단하면서 ‘수단과 방법만 잘 구사하면 승리할 수 있고, 그 승리가 곧 정의가 된다’는 개념이 상식이 되었다. 나와 우리의 거짓은 숨기고 상대방의 정직과 진실은 불의라고 투쟁한다. 거짓을 버리고 정직과 진실을 찾아 누리지 못한다면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다.   왜 그런가. 거짓은 악(惡) 중의 악이지만 진실은 선(善)의 출발이며 사회질서와 가치의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엄연한 규범이 있다. 주어진 사실과 사건에서 진실을 찾고, 그 진실에 따라 가치판단을 내리라는 정론(定論)이다. 진실이 아닌 사실과 사건을 갖고 법적 논쟁과 윤리적 판단은 내릴 수 없다. 그 가치판단의 기준은 무엇인가. 악을 배제하고 선을 택하는 일이다. 그것이 윤리와 도덕의 기본이다. 진실의 생활가치가 선이고, 거짓의 열매는 악의 씨앗이 된다.   선이란 무엇인가. 사회 공익성을 위하는 삶이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실효가치다. 악은 우리의 행복과 인간다운 삶을 훼손시키는 행위다. 자유도 있어야 하고 평등도 귀하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의 공익성에 위배되는 자유와 평등은 역기능의 주범이 된다. 소수인의 자유가 전체 국민의 불행을 초래해서는 안 되며 평등을 강요하는 정의는 인간성까지 병들게 한다. 이런 사회기능과 질서를 모르거나 무시하는 정치인들이 인간의 행복을 찬탈했고 인류의 희망을 소멸시키고 있다.    진보·보수 모두 이념의 노예 상태   지금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적 현실이 그 갈림길에 서 있다. 악의 방향과 방법을 계속하고 있다. 진보로 자부하면서 폐쇄적 이념에 붙잡혀 있는 정치인들, 고정관념의 노예가 되어 열린 미래로 가지 못하는 보수주의자들이다.   이런 악을 버리고 선으로 가는 선별 기준은 무엇인가. 양심과 인격의 가치다. 선과 악은 개인의 인격과 양심 그리고 사회적 공익성에서 결정된다. 더 많은 사람의 인간다운 삶과 행복을 위해서다. 철학자 칸트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해도 되는 행위를 너도 따르라”는 정론을 내렸다. 그것을 더 높은 차원에서 쉽게 가르쳐 준 것이 “네 이웃을 너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종교적 교훈이다. 인간애의 구현이다. 사랑은 공존의 가치와 질서이며 인간 완성의 희망과 이상이다.   우리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최선의 길은 거짓과 악을 버리고 진실과 선을 위하는 삶이다. 인간 사랑이 역사의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핵전쟁을 감행하면 인류는 파멸한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 인간애의 절대가치는 믿지 못하는 것이 현대인의 잘못된 선택이다.  김형석 /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의 100년 산책 거짓말 도산 도산 안창호 사회적 공익성 사회 공익성

2023-01-13

“건물은 사라져도 ‘도산 현판’은 보존해야”

대한인국민회가 연방정부 소유 건물에 한국인 이름을 딴 첫 사례인 ‘도산 안창호 우체국(Dosan Ahn Chang Ho Station)’의 현판을 입수했다.     LA한인타운 6가에 있던 이 우체국이 철거되면서 18년 만에 건물 이름도 사라졌지만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이하 대한인국민회)은 건물에 붙어있던 현판이 역사적인 보존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최근 이를 받아냈다고 7일 밝혔다.   대한인국민회의 윤효신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판은 철거 현장에서 요청해 받아냈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이름이 새겨져 있던 기념비적인 우체국이라는 것을 우리 한인사회가 절대 잊으면 안 된다”며 “우체국은 아쉽게 사라졌지만, 현판은 한인사회가 간직해야 한다. 현판을 어디에서 보존할지 여러 주요 한인 단체와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LA한인사회 대표단체인 LA한인회가 현판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윤 이사장은 “곧 제임스 안 LA 한인회장부터 만나 이번 사안을 놓고 함께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현판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한인회가 보존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대한인국민회 측과 정식으로 의논한 뒤 결정하겠다. 아직 그쪽과 접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도산 안창호 우체국의 원래 명칭은 ‘샌포드 우체국’이었지만 연방정부가 한인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기념하기 위해 2004년 6월 독립운동가 안창호 선생의 이름으로 명명했다.   한편, 한인사회에서 도산 안창호 우체국을 되살리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한인타운 6가 시티센터 앞에 들어설 예정인 우체국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제임스 안 한인회장도 “시티센터 앞에 들어설 우체국이 가장 적합하다”며 “문제는 해당 우체국이 언제 들어설지 미지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명명을 위해서는 관할 지역 연방 하원의원이 특정 위치 우체국에 ‘도산 안창호’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법안을 다시 발의해야 하는 등 갈 길이 멀다. 원용석 기자대한인국민회 안창호 대한인국민회 도산 우체국 현판 도산 안창호

2022-09-07

[기고] ‘뮤지컬 도산’ 성공적 공연을 마치고

2019년 3월 3일 많은 한인이 리버사이드 시청 앞에 모였다. 3·1절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리버사이드 시청 앞~파차파 유적지까지의 3.1 마일 마라톤 참가자들이었다.     약 300명이 기념 티셔츠를 입고 뛰었고 완주자에겐 기념 메달을 목에 걸어주었다. 이어 고 홍명기 회장과 고 남문기 회장 등 한인사회를 위해 수고하신 33인에게 특별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어 도산 안창호 선생 동상 앞에서 사진도 찍고, 장태한 UC리버사이드 교수의  파차파 도산 공화국에 대한 강연도 들었다. 이후 참석자들은 로마린다 대학 교회로 발길을 옮겼다. 그 날 저녁 7시에 시작된 창작 뮤지컬 도산 공연에는 1500석의 좌석이 꽉 찼다.   그렇게 뮤지컬 도산은 탄생했다. 1년여 동안 준비했던 3·1절 100주년 마라톤 대회와 뮤지컬 도산이 드디어 결실을 보는 날이었다.     그 해 8월 10일 이벨 극장에서 LA 흥사단 후원으로 진행된 뮤지컬 도산 2회 공연도 성공적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중에도 뮤지컬 도산 팀은 각종 행사에 초대되는 등 남가주 한인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공연팀으로 성장했다.     첫 공연 후 3년 반이 지난 올해는 라미라다에서 지난 8월 25~28일, 나흘에 걸쳐 6회 공연을 했다. 첫 공연부터 마지막 공연까지 지켜본 나는 공연마다 1200여석이 거의 꽉 차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안창호 역의 최원현 가수는 물론 이번에는 한국 뮤지컬 콩쿠르에서 우승한 백승렬 가수가 합류해 더 다양한 무대를 경험할 수 있었다.     조국의 광복을 위해 애쓴 선조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더 많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힘이 없어 일본 제국주의에 빼앗긴 나라를 다시 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했던 선조들의 희생과 뼈아픈 고통, 나라를 되찾기 위해 가족도 버려야 했던 희생의 아픔을 도산 안창호 뮤지컬을 보며 생생히 되새겼다.   기회가 되면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자녀들과 외국인 친구들에게도 한국의 근대 역사를 잘 알 수 있는 뮤지컬 도산을 꼭 보라고 추천할 것을 권한다.     뮤지컬 도산 공연이 남가주는 물론 앞으로는 미국 이민이 시작되었던 하와이,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등 동부지역에서도 열릴 수 있도록 고대한다. 아니 더 나아가 한국 에서도 뮤지컬 도산 공연을 보는 게 나의 꿈이다.   3년 반 전 필자 바로 앞에서 눈물을 감추지 못하던 안창호 선생의 막내아들인 고 랄프 안 선생님이 자꾸 눈에 떠오른다. 만날 때마다 따뜻하고 힘 있게 포옹해주시던 그의 가슴이 그립다. 옆에서 같이 보시던 홍명기 회장님도 우리 곁을 떠나셨다.   뮤지컬 도산을 통해 더 많은 한인이 독립운동의 의미를 알고, 도산이 원했던 것처럼 정직하고 근면하고 실력있는 대한인들이 더 많이 탄생해 더욱 발전하는 대한민국과 한인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끝으로 이런 의미 있고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뮤지컬 도산을 만들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준비한 클라라 신(김영안) 총감독과 안창호 역활을 너무 감동적으로 표현한 테너 최원현 주연 배우, 또 독립운동을 하는 마음으로 지난 4년간 뮤지컬 도산이 한인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애쓴 70여명의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아울러 어린 자녀들이 공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게 도와주신 모든 부모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김동수 / 뮤지컬 도산 총괄 준비 위원장· OCSD 평통 협의회장기고 뮤지컬 도산 뮤지컬 도산 한국 뮤지컬 도산 안창호

2022-08-31

“‘도산 안창호 우체국’ 살려내자”…건물 철거로 사라질 위기

연방정부가 소유한 건물에 한국인 이름을 딴 첫 사례인 ‘도산 안창호 우체국(Dosan Ahn Chang Ho Station)’을 살려내자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LA 한인타운 6가에 있던 이 우체국은 원래 ‘샌포드 우체국’이었지만, 연방정부가 한국계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기념하기 위해 2004년 6월 독립운동가 안창호(1878∼1938년) 선생의 이름을 따 ‘도산 안창호 우체국’으로 명명했다.   하지만 최근 이 우체국이 철거되는 바람에 18년 만에 건물도 이름도 사라졌다. 우체국 업무는 지난 2월 중단됐다. 연방 우정국이 임대해 사용하던 이 건물은 현재 주상복합빌딩으로 개발되고 있다.   우정국은 특정 위치의 우체국이 사라지면 부여됐던 이름도 같이 사라지며, ‘도산 안창호 우체국’ 역시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LA 한인회(회장 제임스 안)와 화랑청소년재단(총재 박윤숙),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관장 송정호) 등 한인 단체들은 안창호 선생의 이름을 부활하기 위해 다시 힘을 모으고 있다.   박윤숙 총재는 23일 “이름을 다시 회복하려면 LA 한인타운에 있는 다른 우체국을 찾아 이름을 부여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이미 있었던 이름의 우체국이라 한인들의 서명과 캠페인을 전개하면 이름을 찾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대안 우체국을 LA 한인타운 내에서 찾는 게 급선무다. 그 다음 적격 여부와 가능성 등을 타진해 한인 단체가 총력을 기울여 로비전을 펼쳐야 한다.   재명명을 위해서는 관할 지역 연방 하원의원이 특정 위치의 우체국에 ‘도산 안창호’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법안을 다시 발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인 단체 인사들은 최근 2∼3곳의 우체국을 물색하고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한인타운 2가와 3가 사이에 있는 우체국을 염두에 두고있지만, 이미 흑인 커뮤니티가 흑인사회 지도자 이름을 붙이기 위해 뛰고 있어 영구적으로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다른 지역을 찾고 있다.   박 총재는 “자칫 한-흑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다른 곳을 찾고 있는데, 만만치는 않은 상황”이라며 “다른 우체국이 정해지면 지역구 하원의원, 시의원, LA 카운티 슈퍼바이저 등을 대상으로 로비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우체국 안창호 도산 안창호 샌포드 우체국 우체국 업무

2022-08-23

[사설] ‘도산 기념관’ 이 중요한 이유

리버사이드 지역에 건립될 도산 안창호 기념관 부지가 마침내 확정됐다. 지난 2019년 당시 도산안창호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던 고 홍명기 회장이 처음 공론화 한 이후 3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기념사업회 측은 그 동안 두 곳의 최종 후보지를 두고 고심해 왔다. 그러다 전문가 조언과 내부 회의 등을 거쳐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접근성과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 등이 주요 기준이 됐다는 설명이다.     도산 기념관 건립은 한인사회에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차세대들에게는 이민 선조들의 힘겨운 정착 과정과 공동체 의식을 전하는 뿌리교육의 장으로, 타인종들에게는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를 돕는 홍보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지 확정은 첫 단추를 채운 것에 불과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가장 시급한 일이 건립 기금 확보 문제다. 부지는 리버사이드 카운티정부에서 제공키로 했지만 건축 기금은 한인사회가 마련해야 한다. 기념사업회 측은 건축 비용으로 600만 달러 가량을 추산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의 건축 자재와 인건비 상승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인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정부의 지원도 있어야 한다. 도산은 일제 강점기에 미주 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제 한국정부가 그의 업적에 합당한 대우를 할 차례다.     아울러 어떤 내용물들로 기념관을 채울 것인지, 운영 및 관리는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병행되어야 한다.기념관 도산 도산 기념관 당시 도산안창호기념사업회 도산 안창호

2022-07-06

[기고] 이민사회의 이정표 세우자

해마다 가을이면 서너 시간을 운전해서 밤을 따오는 성도가 있다. 그분은 글을 읽지 못했다. 가까운 곳이야 익숙한 길이니 쉽게 다닐 수 있고 또, 길을 잃더라도 금세 다시 찾겠지만 도로 표지판도 읽지 못하면서 그 먼 곳까지 가서 밤을 따 온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분은 자신만의 이정표를 머릿속에 넣고 다녔다. 프리웨이에 들어서서 한참을 가다가 큰 병원이 보이면 다른 프리웨이로 바꿔 타고, 산을 두 개 넘고 다리를 건너 다섯 번째 출구에 내려, 세 번째 신호등에서 오른쪽으로 돌고, 다음에 나오는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만나는 숲에서 밤을 따고, 그 이정표를 되짚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날도 밤을 따러 간다고 하길래 잘 다녀오라고 인사했다. 이튿날 새벽이면 어김없이 달려와 “목사님 햇밤 좀 드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갓 따온 밤을 한 아름 안겨주어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소식이 없었다. 궁금한 마음이 걱정으로 바뀔 때쯤 그분이 햇밤 한 봉지를 들고 나타났다.     늦게 나타난 영문을 묻는 나에게 그분은 밤나무 숲이 있는 마을이 개발되면서 1년 만에 건물이 들어서고 신호등이 생기고 길이 바뀌는 바람에 밤나무 숲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결국 차에서 밤을 지내고, 이튿날 겨우 밤나무 숲을 찾아 밤을 따왔다면서 넋두리를 쏟아냈다.     그분의 푸념을 떠올릴 때마다 이정표의 중요성을 생각한다. 우리도 길 위에 선 수많은 이정표를 만난다. 그 이정표는 육로에만 난 것이 아니라 하늘에도 있다. 하늘에 난 이정표를 ‘웨이포인트(Waypoint)’라고 한다. ‘웨이포인트’는 위도와 경도로 이뤄진 특정한 좌표에 고유 명칭을 붙인 것으로 이를 기준으로 조종사와 관제사가 위치 확인을 하면서 비행기의 경로를 확인한다.     부르기 쉽고 겹치지 않는 로마자 알파벳 다섯 글자로 된 ‘웨이포인트’가 미국에만 3만7000개 정도 있다고 한다. 그중 미국 워싱턴 DC의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내리려면 ‘USAAY WEEDU SUPRT OOURR TRUPS’라는 ‘웨이포인트’를 통과해야 한다. ‘USA, we do support our troops(미국은 우리의 군대를 지지한다)’라는 뜻의 이정표가 미국의 수도로 들어오는 비행기를 맞는다.     다른 쪽에서 들어오는 비행기는 ‘WEEEE WLLLL NEVVR FORGT SEPII’라는 이정표를 지나야 한다. ‘우리는 9·11을 절대 잊지 않겠다 (We will never forget Sep. 11)’라는 뜻이다.     ‘웨이포인트’라는 보이지 않는 이정표가 하늘에 있는 것처럼 이민사회가 걸어온 길에도 보이지 않는 이정표가 서 있다. ‘DOSAN’ 도산 안창호 선생과 얼마 전 우리 곁을 떠난 도산의 막내아들 ‘RALPH’ 랠프 안 선생도 이민사회의 이정표다. 30년 전 이민자들의 눈물과 땀이 깃든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태운 ‘4·29 폭동’, 즉 ‘SAIGU’도 이민사회가 지나온 이정표다.     이민사회를 만들어가는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이정표가 있다. ‘TODAY’ 바로 오늘이라는 이정표다. 다음 세대가 따라올 이민사회의 이정표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오늘을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기고 이민사회 이정표 도산 안창호 위치 확인 로마자 알파벳

2022-05-10

[중앙 칼럼] 도산 가족이 남긴 아름다운 유산

 ‘무실역행 충의용감(務實力行 忠義勇敢)’. 성실을 바탕으로 진실된 일을 삶 속에서 실천하고, 충성과 절의를 위해 용기 있게 행동하자. 덧붙이면 개인의 당리나 사익보다 공동체 이익을 우선으로 참되고 성실하게 살자는 태도다. 미주 한인사회 정신적 지주인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가르침이다.   교과서로 배운 도산, 사실 그의 삶을 제대로 알진 못했다. 일제강점기 민족정신을 강조하고 개인 교육과 함양을 통해 독립을 쟁취하자는 이상주의자 정도로 여겼다. 외교적 해법을 중시했던 이승만이 근거 없는 자신감의 ‘이성과 현실’ 쪽이라면, 도산은 조국 잃은 현실을 곱씹는 ‘자아수련과 감성’ 쪽이라는 느낌도 강했다.   도산의 삶과 행적을 마음으로 받아들인 기회는 미국에서 얻었다. 10년 전 한 결혼식장에서 인사했던 안수산 여사(1915~2015)가 도산의 딸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고령의 노인은 온화하게 웃으며 사람을 대했다. 겸손한 말씀과 예의를 갖춘 행동에서 품위가 느껴졌다.     안 여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 첫 아시아계 여성장교로 활약했다. 이후 한인사회 발전에 힘을 썼다.   2003년 안 여사는 “내가 미국에서 한국 사람임을 잊지 않았던 것은 ‘한국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아버지의 당부 때문이다.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면 ‘남북이 분단됐는데 너도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하지 않겠느냐’고 했을 것”이라며 모국 사랑을 강조했다. 안 여사가 타계한 해인 2015년 LA카운티는 3월 10일을 ‘안수산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3·1절 기념식, 8·15광복절 기념식, 개천절 기념식 등 민족행사 때마다 도산의 막내아들 랄프 안(안필영) 선생은 빠짐없이 참석했다. 안 선생은 인터뷰를 요청할 때마다 차분함을 내보였다. 안 선생의 말씀에도 항상 깊이가 있고 기품이 넘쳤다.   도산 안창호 선생(1878~1938)과 이혜련 여사(1883~1969) 부부의 자녀는 필립 안, 필선 안, 안수산, 안수라, 랄프 안 5남매다.     도산 자녀의 공통점은 안창호의 혈통만 내세운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최근까지 생존한 랄프 안 선생과 누나 안수산 여사는 한인사회의 존경받는 원로로 자리매김했다. 한인사회 구성원은 도산 자녀들이 보인 민족사랑이란 철학과 귀감이 되는 모습을 마음으로 따랐다. 도산 자녀들은 그들 삶 자체로 무실역행 충의용감을 실천했다. 그들의 삶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존경’과 한인사회 ‘정신적 지주’라는 명성을 얻은 셈이다.   2월 26일 오후 11시 11분 도산의 마지막 자녀인 랄프 안 선생이 별세했다. 한인사회는 2021년 미주도산안창호 기념사업회 홍명기 총회장 타계에 이어 ‘큰어른’을 또 잃었다. 수많은 이들이 진심을 다해 애도하고 있다. 고 랄프 안 선생과 도산 가족이 남긴 정신적 유산을 계승하자며 서로를 다독인다.   랄프 안 선생은 생을 다할 때까지 아버지와 어머니의 정신적 유산을 알렸다. 한인사회 화합과 발전을 지원하는 데 힘을 다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분의 유지를 되새겨 본다.     “한인 청소년의 앞날은 무궁무진하다. 그들은 얌전하지만 기품이 있고 도전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   “한인사회는 훌륭한 커뮤니티로 여러 교회, 단체, 청소년 단체가 활동한다. 충분히 잘하고 있고 진정 훌륭한 커뮤니티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랑의 뜻을 강조했다. 가족을 위한 사랑, 친구를 위한 사랑, 한인사회와 커뮤니티를 위한 사랑, 조국사랑 등을 통해 우리 모두 인내와 용기를 지켜나갈 수 있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 칼럼 도산 가족 도산 자녀들 도산 안창호 쪽이라면 도산

20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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